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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마무리는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2022년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화제가 된 임윤찬 덕분에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는 임윤찬에 대한 호기심과 호의 덕분에 보게 되었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눈을 열게 된 점도 있는 것 같다.
영화 개요
제19회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초청작이기도 한 크레센도는 2022년 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on)의 참가자들의 인터뷰 및 준비, 그리고 대회의 전 과정을 엮어서 보여준다. 반 클라이번 재단이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하여 경연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몰입감이 더해졌다.
영화는 반 클라이번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반 클라이번은 195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 1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미국인 피아니스트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 국가, 정치, 이념을 초월한 에술적 교류라는 면에서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2022년 대회에서 은메달은 러시아의 Anna Geniushene이, 동메달은 우크라이나의 Dmytro Choni이 차지하게 되었는데, 경쟁자이자 동료들로 함께 참가한 두 사람이 보여준 도전과 열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생의 시대에 1958년 클라이번의 우승으로 보여줬던 것을 2022년 버전으로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임윤찬이 이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것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더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는 1962년에 시작된 국제 피아노 콩쿠르로, 반 클라이번 재단이 주최하며 텍사스에서 4년에 한번 개최된다. 뉴욕타임즈에서는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권위있는 콩쿠르 중 하나'로 이 대회를 소개하고 있는데, 2009년 손열음(2위), 2017년 선우예권이 우승하였고, 2022년 임윤찬까지 우승하면서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약진으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2022년 대회에서 전체 참가자는 388명, 본선 1차 30명, 2차 18명, 준결선 12명을 거쳐 최종 결선 6인이 남아 연주를 하게 된다.
크레센도를 보면서 놀란 점은 준결승 진출자(12명) 중 4명이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임윤찬 이외의 나머지 피아니스트들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그들의 열정과 노력도 수상자들에 못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참가자들, 수상자들
클래식 음악 문외한으로서, 각자의 피아노 연주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내게 가장 와 닿은 것은 참가자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태도였다. 모두 한가지 마음과 한 열정으로 대회에 참가하였지만, 사람들마다 상황이나 태도는 달랐다.
은메달을 수상한 Anna Geniushene는 임신한 상태였다. 그래서 피아니스트의 아름다운 드레스 대신 임부복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종일관 밝았고, 긍정적이었으며, 자신의 한계를 알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많은 긍정 에너지를 받았다.
동메달을 수상한 Dmytro Choni도의 인터뷰를 보면서도, 그 사람이 음악에 진지하고 겸손하고 잔잔하지만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윤찬의 인터뷰
임윤찬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18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깊고도 진지해서 그가 하려는 이야기에 온 정신을 다해서 집중하게 되고, 그의 나이를 상기하면 놀라고 때로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임윤찬은 인터뷰에서 '선생님께서~'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가 하고 있는 음악, 그의 철학, 생각의 모든 것이 그의 스승에게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의 스승 손민수 교수의 인터뷰 보면서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좋은 스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복된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달라 진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콩쿠르가 끝난 후 콩쿠르 우승으로 무엇이 변했느냐는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계속 연습하고 위대한 작품들을 계속 배우고 싶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의 말과 눈빛에서 확실히 '저 세상 재능'이라는 말로 다 담지 못하는 특별함이 느껴졌다.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위대한 사람이 되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렇게 선생님의 가르침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그 경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위대한 예술가의 사명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는 조용하고 순수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이미 그에게 그런 용기가 있다고 느꼈다.
나는 아직도 음악을 들으면서 온전히 아름다움을 느끼지는 못한다. 그냥 이론적으로 머리속에 집어 넣고 있는 몇 가지 지식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임윤찬의 연주를 들으면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있었다. 그의 연주, 표정, 인터뷰.. 그 모든 것이 그를 이해하고, 그의 음악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윤찬으로 보게 된 영화를 통해, 임윤찬과 같은 열정과 아름다운 동기를 갖고 있는 연주자들을 보게 된 것이 좋았다.
임윤찬의 연주를 직접 들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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